한국인 아빠의 인생과 육아 with 명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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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일기) 건널목과 신기한 오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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멀리서 들려오는 건널목 소리.

금빛 석양을 떼어놓는 출입문.
잿빛 빌딩에 쏟아지는 노을.
… 그리고 그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열차.

다리를 꼬고 책을 읽는 사람.
진동에 맞춰 졸고 있는 사람.
창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.
스마트폰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.
피곤한 눈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람.
빈 자리를 찾는 사람.

눈 앞에 있는 이들이…
모두 나 자신처럼 느껴지는 느낌.

누군가의 말이나 추측이 아니라
이론이나 설명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각.

말이나 어떤 감정에서가 아니라
그저 왠지 모르게… 그렇게 느껴지는
... 신기한 오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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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**
흐르는 경치와 같은 속도로
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고.

그리고 자신이란, 늘 그렇게…
사고를 하고 있을 때에만 존재한다는 깨달음.

눈 앞의 무언가로부터
늘 그렇게… 자신을 찾고 있는 한,

저 차창 밖 풍경처럼
사고도 흐르고 있다는 깨달음.

오늘도 저 경치처럼
스스로 만들어낸 속도와 시야로,
창 밖의 저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한 채,

시간에 쫓겨, 또 다시…
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깨달음.

과거와 미래.
집착과 불안 그리고…
그 불안이 만들어 내는 기대들.

시간의 흐름과는 관계 없는
집착이나 불안과도 무관한
그저 항상 그곳에 있는 그 무언가를…
느낄 수 있을까?

창가에서 바라보는 잔상 같은…
단편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

시야 안에 들어 온 것들과 그렇치 않은 것들…
마치 모든 것이 멈추어진 것처럼...
그 모든 것을… 느낄 수 있을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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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착이나 불안…
모든 감정으로부터,
과거나 미래로부터,
감정과 시간을 만들어 내는
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…

그 자유를 통해,
모든 것을… 전적으로 느낄 수 있을까?

그래서 그 곳에는…
집착도 불안도 기대도 없는…
그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자신도 없는
오직 ‘깨달음' 만이 있는 자유를,

눈 앞에 있는 자신이…
모두 사라져 없어지는 감각을,

누군가의 말이나 추측이 아니라
이론이나 설명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을,

말이나 어떤 감정에서가 아니라
그저 왠지 모르게… 그렇게 느끼고 행동하는,

…그런 인생을 살 수 있을까?


…땡, 땡, 땡….

읽던 책을 덮고,
진동에 맞춰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며,
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...
모든 이들의 모습을 한 자신이…

오늘도 피곤한 눈을 감으며,
인생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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